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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寄稿文> 윤석열의 ‘범죄와의 전쟁’이 ‘정치적 쇼’인 이유

이철희 기자
기사등록 : 2021-12-23 10:09

 

(필자 : 김광민 변호사)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조폭과 정치깡패 소탕작전을 펼쳤다. 자유당 편에서 정치테러를 자행했던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은 “나는 깡패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서 조리돌림을 당해야 했다. 이어진 혁명재판에서 이정재와 임화수는 사형을, 유지광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정희의 혁명재판은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이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쇼였다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인 평가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2인자 노태우는 1990년 10월 13일 느닷없이 10·13 선언을 통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군사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과 제2·3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을 통합해 1990년 1월 지금 국민의 힘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후 김영삼 민주자유당 공동대표가 총재를 역임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까지 드러나며 노태우 정권은 다시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은 이와 같은 정권의 위기 속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박정희의 혁명재판과 같이 범죄소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흉악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윤석열의 모습은 박정희와 노태우의 정치 쇼와 너무나도 닮았다


지난 17일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은 SNS를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당선 즉시 흉악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26년간 검사로서 형사법 집행을 해온 전문가로서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 하겠다"는 말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흉악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윤석열의 모습은 박정희와 노태우의 정치 쇼와 너무나도 닮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인으로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와 노태우는 민심을 되돌릴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희생양을 범죄자로 삼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윤석열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이유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포함, 문재인 정권을 향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고 곧장 대선 행보를 걸었다. 하지만 청와대를 향했던 수사 중 지금까지 구체적인 혐의점이 밝혀진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이에 더해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증명서 위조 등 의혹과 이에 대한 윤석열의 태도가 표창장 위조 혐의로 70곳이 넘는 압수수색과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고강도 수사를 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수사와 대비되며 내로남불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도덕적 비난과 함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대선출마의 명분이 사라지고 민심이 자신에게서 돌아서기 시작한 이 순간 흉악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박정희, 노태우의 그것과 너무나도 일치하는 타이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되면 '흉악범죄와의 전쟁' 선포하겠다")

 

정황상 의심만으로 윤석열의 공약을 정치적 쇼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범죄현황을 보면 흉악범죄와의 전쟁이 명백한 쇼라는 것은 명확하다. 강력범죄는 폭력과 흉악으로 구분된다. 법무연수원은 매년 범죄백서를 발간한다. 가장 최신판인 2020 범죄백서에 따르면 폭행, 상해, 협박 등으로 구성되는 강력범죄(폭행)은 지난 10년 간 242,700건(2010년)에서 232,316건(2019년)으로 약 1만 건 감소했다.


 

반면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으로 구성되는 강력범죄(흉악)는 28,134건(2010년)에서 35,066건(2019)년으로 약 7천 건 증가했다. 하지만 강력범죄(흉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같은 기간 살인은 1,262건에서 847건으로 약 30%, 강도는 4,402에서 845건으로 약 80%, 방화는 1,886건에서 1,345건으로 약 30%씩 감소했다. 특정 범죄가 10년 사이에 30~80%까지 감소했다는 것은 극단적인 감소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 강력범죄(흉악) 발생건수가 증가한 것은 성폭력이 20,584건에서 32,029건으로 약 55%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지난 10년간 강력범죄(폭행)의 발생건수는 소폭 감소하였고, 강력범죄(흉악)은 성폭력을 제외하였을 경우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였으나 성폭력이 이들 감소를 모두 상쇄할 정도로 증가해 전체 강력범죄(흉악) 발생 건 수는 소폭 증가한 것이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그런 류의 강력범죄 증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26년간 검사로서 형사법 집행을 해온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형사법 전문가가 최근 범죄동향조차 모르고 흉악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윤석열은 최근 10년간 강력범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자극적 정책을 꺼내 들어 사실을 오도한 것이다.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윤석열은 국민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누차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했다.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처벌은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이어야 한다. 하지만 박정희와 노태우 정권에서 자행된 정치적 쇼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권력에 의한 폭력의 성격이 강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그들을 사회적 증오의 대상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은 보호되지 못했다.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을 결정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차스칼슨 재판관은 “사형제는 국민투표식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으로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는 소수자들,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야 말로 사법부의 구실이다. 가장 악한 자와 가장 약한 자의 권리까지 보호할 의지가 있을 때에만 우리의 권리는 온전히 보호받는다”고 말했다.


범죄자라는 이유로 인권이 유린당한다면 그 사회는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일 것이다.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지 않은데도 문재인 정부를 강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라 비난하며 흉악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윤석열의 모습에서 범죄자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민심을 돌려 보겠다는 정치적 쇼의 모습이 짙게 배어 나온다.


범죄자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윤석열은 국민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비난은 문재인 정부가 아닌 윤석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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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소개>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부천병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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