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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법정난행 (法庭亂行)

부천프라임신문 기자
기사등록 : 2019-01-25 19:42

우종태 변호사(전 부천시 자문변호사)

사법농단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던 날,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청사 000호 법정. 민사단독 아무개 판사는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법정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변호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용납, 지금 용납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까. 용납할 수 없다면 그 다음은 어찌하겠다는 말입니까”. “나는 감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감치를 원하세요”라고 물었다. 법정의 경위가 체포할 준비를 하여 나의 앞에 와서 섰다. 법원조직법은 법정 내외에서의 폭언, 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사람에 대하여 20일 이내의 감치를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사는 변호사에게 20일 동안 구치소에 갇혀 있고 싶냐고 협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에 진행되던 사건은 유의미한 법률적 쟁점이 없는 간단한 사건이었다. 유증을 받아 건물주가 된 원고가 건물의 일부를 무단점유하고 있는 피고에게 명도를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아버지가 점유를 허용하였고, 원고의 아버지가 1억원을 피고에게 증여한다고 하였으니 그것을 받기 전에는 집을 비울 수 없다는 사건이었다. 피고의 점유에 대한 항변은 법률적으로 사용대차에 해당하는 것인데, 사용대차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가 있는 것이니 이미 10년간 무상 사용한 피고가 점유를 계속할 권원은 없는 사건이었다. 그러한 취지를 진술하자 판사는 변호사에게 말이 되지 않는 잘못된 소리라고 하였다. 사용대차라고 하여 어떻게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냐고 하면서 변호사가 잘못 알고 있다고 하였다. 민법전에는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10년간 사용, 수익하여 족하였으니 판사의 지적은 틀린 지적이었다.


판사는 변호사에게 자신이 지적한 바에 따라 다시 진술하라고 하였다. 수정하여 진술하라는 취지였다. 변호사는 판사의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으니 추후 준비서면으로 진술하겠다고 하자 판사는 구술변론이 원칙이니 그 자리에서 구술하라고 하였다. 변호사는 법정이 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니 추후에 준비서면으로 정리하겠다고 하자 판사는 법정은 토론을 위한 자리이니 구술을 하라고 재차 요구하였다. 이에 변호사는 “판사님, 나를 예전부터 알고 있습니까. 심한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나를 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 나의 의뢰인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나의 법리가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토론을 하자고 하니 의뢰인에게 나의 체면은 뭐가 됩니까”라고 말하니 판사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면서 구술을 요구하였다.


이에 변호사는 구술이 원칙이라고 한다면 소장도 구술로 진술하겠으니 구술을 기록할 수 있도록 법원 직원을 배치하라고 요구하였다. 구술이 원칙이지만 기록되지 않는 구술은 재판자료로서 의미가 없기에 준비서면으로 진술하는 차선이 관행된 것인데 그러한 관행의 이유를 판사가 알기나 하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구술을 요구할 것이면 속기사를 준비하라고 요구하였다.  

 

판사는 속기사를 준비하는 대신 변호사에게 예의가 없다고 비난하였다. 변호사가 “예의가 없다니, 판사와 나 사이에 어떤 예가 있습니까. 법대 위와 법대 아래에 상하의 예가 있습니까. 그것을 요구하는 것입니까. 오늘 예의를 무너뜨린 것은 판사이고 나는 무너진 예의에 불구하고 최대한의 예의로 판사를 대하고 있습니다”고 하니 판사는“그런 태도가 예의가 없다는 것입니다”고 하였고 변호사가 “예의에 대한 공부와 생각이 서로 틀리니 예의를 더 이상 말하지 마시고 재판을 진행하십시요”라고 하니 판사는 “재판의 진행은 내가 하는 것인데, 감히 하라마라를 요구하는 것입니까”라고 하였고 변호사가 “나도 귀한 시간을 쪼개서 재판에 임하고 있는데, 시간이 헛되게 가니 빨리 진행하자고 하는 말입니다”라고 하니 판사는 “그럼 나는 한가한 시간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까”라고 하였다. 변호사는 다시 요구하였다. “재판진행하시죠, 판사님” 그러자 판사는 “법정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감치를 원합니까”고 물었다.

 

변호사는 판사에게 말했다. “구치소에 갇히는 것을 누가 원한다고 그것을 묻습니까. 나는 원하지 않지만 판사께서 하시고 싶으면 하시죠. 그런데 이 법정에서 감치할만한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절반은 판사께서 하신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판사의 말에 대꾸한 것입니다. 지금 감치를 말하시는 것을 보니 오늘 내가 무엇인가 실수하기를 원하신 것입니까. 그래서 나를 자극하여 도발하였던 것입니까. 판사가 원하는 실수가 무엇인지 알 것 같고, 나는 실수하지 않습니다. 법대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함부로 대하지 마십시오” 판사는 침묵하였다. 법정의 방청객들도 숨을 죽이었다. 엄습한 고요를 깨고 변호사는 말했다. “판사님, 재판을 진행하시지요.”


부끄러운 날이었다. 인성과 지성이 무너진 거친 법관을 대하여 그를 비난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아야 하는 현실을 감내하는 부끄러움이 깊은 날이었다. 차라리 감치가 되었더라면 구차스러운 부끄러움은 없었겠으니, 아쉬움도 큰 날이었다. 법원을 대하는 변호사의 자존감이 이런 지경인데 일반 국민의 자존감은 어떠할까 생각하니 가슴이 쓰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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