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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한심하다

이철희 기자
기사등록 : 2022-10-07 11:13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윤 대통령 풍자만화를 전시한 것과 관련, 엄중경고를 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다. 해당 만화는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이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윤석열 정부가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뽑아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 것을 두고 만화계는 물론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예술인들의 불랙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등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문체부가 해당 작품에 대해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 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놓고 예술인들을 비롯한 웹툰작가협회는 5일 성명을 내고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작당 발언"이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행사 취지에 어긋났다는 문체부의 지적에 대해선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라며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풍자(諷刺·Satire)는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에둘러서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이어져온 표현방식이다. 정치풍자는 세계 민주국가 어느 국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팡이를 든 콧수염 신사, 시대를 풍미한 익살꾼 '찰리 채플린'은 시대가 알아주는 풍자 예술가이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필모그래프 가운데 영화 '위대한 독재자'는 개그 외에 정치풍자를 잘 녹아낸 작품으로 손꼽힌다.
영화에서 찰리 채플린은 조그마한 콧수염에 쌍십자당의 문양까지, 과거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당을 고스란히 패러디하고 있다. 75년 전에 찰리 채플린은 대담하게 권력을 향한 날선 비판과 신랄한 풍자를 스크린으로 옮긴 셈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과거 독재정권 시기에는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을 하면 바로 불경죄 등으로 걸려 어딘가(?)로 끌려가기 일쑤이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 당시 대국민 중점 홍보 메시지로 삼은 말이 '이제는 대통령을 놀리거나 욕해도 됩니다'였다. 그 이후로 우리는 방송은 물론 만화를 통해 공공연하게 다양한 정치풍자들을 봐왔다.


최근 '윤석열차'가 이슈다. 한 고등학생이 윤석열 정권을 풍자한 그림을 그려 온라인 상의 화제가 되면서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상에서 해당 그림이 화제가 되자 주최 측에 엄중 경고했고, 이를 두고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를 놓고 설전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 풍자 코미디를 해도 되겠냐고 묻는 한 프로그램에서의 질문에 "그건 당연한 권리"라고 답한 바 있다. 미성년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화에 호들갑을 떠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이 무섭게도 아른거린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부천시는 자타가 인정하는 문화도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7~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문화인프라도 전무한 가운데 ‘문화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할 때는 많은 시민들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의 면모를 다진 결과 ‘부천’하면 자연스럽게 ‘문화도시’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의 기대 속에 출범한 민선8기 조용익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문화정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미래 시민들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조 시장은 후보시절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선도하는 문화도시 건설을 위해 ‘웹툰융합테마파크’ 조성과 함께 웹툰애니메이션 등 4대 문화축제를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보였다.


특히 웹툰테마파크 조성으로 만화 작가들이 다른 도시로 옮겨가는 유출을 막고 지원하는 등 웹툰산업이 부천시가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중 하나로 , 청년일자리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닌 IP신산업으로 해결책을 찾아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번 부천만화축제의 금상작품에 대한 문체부의 대응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예술인들에게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한참 꽃피워야 할 젊은 청소년의 작품을 놓고 정부가 이처럼 과잉대응을 보이는 것은 청년의 꿈을 좌절시키는 범위를 넘어 세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을 보이고 있는 K문화를 훼손시키는 반문화적, 반국가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다. 최고 권력자로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여유를 보이기는커녕, 권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마저 말살하려는 것은 반민주적 발상이다.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마저 죽자고 달려드는 현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한심하기 짝이 없다. 풍자화도 국민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성태 시인은 ”시민이 깨어 있으면 독재자는 잠들지 못한다“고 했다.
시인 이만교는 ”하느님, 우리가 이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하여 총명하고 선량한 제 딸아이가 커서 감옥 갈 확률만 높아지고 있습니다“고 했다.
김명기 시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많은 민중들이 두들겨 맞고 시퍼렇게 멍들고 피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고 목놓아 외쳤다.

 

 

국민들은 현 정부 출범 당시에 우려와 함께 일말의 기대와 희망도 가졌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이제는 출범 5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나. 국가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은 냉엄하게 인식해야 한다. 

 

문화는 언제나 그 토대에 사람이 있다. 앙코르 와트는 위대했으나 그 후손들은 앙코르 와트 아래에서 코코넛과 기념품을 팔았다. 그 모습이 위대한 문화를 일군 선조의 능력이 유전되어 화려하게 꽃피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성장시킬 사람을 왜 길러야 하는지 깊이 새겼으면 한다.


<부천프라임뉴스 김병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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